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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의 마감세일]
환경규제 강화 및 소비자 관심으로
업계 ‘탈 플라스틱’ 속도
일회용 컵·빨대 없애고
술·생수는 종이에 담아
라벨 없는 음료도 ‘주목’
1955년, 미국 보도사진 잡지 <라이프>의 표지는 일가족이 웃으면서 일회용품들을 던지는 장면이 장식했다. 사진 제목은 ‘쉽게 버리는 삶’(Throwaway Living), 부제는 ‘일회용품이 집안일을 줄이다’였다. 플라스틱, 종이컵 등 일회용품 덕에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당시의 시각을 담은 표지였다.
1955년 발간된 <라이프> 표지. 오하이오주립대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현재 ‘쉽게 버리는 삶’이 불러온 막대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기업과 소비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5900만톤으로 1950년(150만톤) 대비 240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 추정했고, 지난 7월 미국 퓨자선기구는 ‘2040년 플라스틱 쓰레기가 7억t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도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면서, 글로벌 식음료 기업들은 다양한 ‘탈 플라스틱’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 “테이크아웃 음료도 다회용 컵에”
스타벅스의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리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글로벌 외식업체들의 대표적인 탈 플라스틱 정책은 우선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시엔엔>(CNN)은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이달 안에 북미 전역에서 빨대가 필요 없는 아이스 음료 뚜껑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2018년 선보인 ‘빨대 없는 리드(뚜껑)’와 동일한 모양으로, 이전의 뚜껑과 비교하면 소비자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9% 줄어든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포함된 종이컵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에 들어갔다. 종이컵은 물이 새지 않도록 컵 안쪽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폐지처럼 재활용하기가 어렵다. <시엔엔>은 “스타벅스가 2017년 사용한 38억5천만장의 종이컵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았다”며 “이 회사는 2022년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퇴비로 쓸 수 있는 뜨거운 음료용 (종이) 컵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영국 맥도날드가 내년에 시범 시행할 테이크아웃용 다회용 컵. 맥도날드 누리집
일회용품 소비량이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탈 플라스틱에 나서고 있다. 맥도날드는 내년 영국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포장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고객은 해당 매장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컵 보증금을 내고, 이후 매장에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식이다. 다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에 한해서만 다회용 컵에 제공하고, 일회용 컵 또한 매장에서 함께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의 버거킹은 지난해 9월부터 어린이 메뉴에 포함되어 있던 플라스틱 장난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영국 햄프셔에 사는 9살, 7살 두 어린이가 “고작 몇 분 동안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동물을 해치고 바다를 오염시킨다”며 장난감 지급 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버거킹은 장난감 지급을 중단하고 매장에 장난감 반환 통을 설치, 버려진 플라스틱 장난감을 녹여서 쟁반 등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종이 병에 담긴 위스키, 맥주는 어떤 맛일까
종이 병에 든 조니워커 위스키. 디아지오 누리집
환경보호를 위해 술병을 종이로 만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조니워커’ 위스키, ‘기네스’ 맥주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내년 초 종이 병에 담은 조니워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7월 밝혔다. 위스키는 대개 병에 담겨 있어 재활용이 비교적 쉬운 편이긴 하지만, 제조·운송 과정에서 종이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종이 병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포장 개발을 위해 포장 업체인 펄펙스를 설립한 디아지오는 성명에서 “(조니워커가 담길) 종이 병은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유니레버, 펩시코 등과 협업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이 병에 든 칼스버그 맥주. 칼스버그 누리집
맥주와 와인도 종이 병에 담긴다. 글로벌 맥주회사인 칼스버그는 지난해 10월 맥주 업계에서 처음으로 종이 맥주병을 선보였다. 아직은 병 안쪽에 얇은 플라스틱 필름이 붙어 있는 시제품이지만, 플라스틱이 없는 종이 병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재활용 종이컵 등을 만드는 영국의 업체 프루걸팩은 지난 6월 유리병보다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로 줄였다는 종이 와인병을 선보였다.
일본 음료업체 미쓰이농림은 지난달 종이 팩에 담긴 생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를 보면, 종이 팩은 다른 냄새가 배기 쉬워 생수병으로 잘 쓰이지 않지만 해당 제품은 팩 안쪽에 알루미늄 필름을 붙여 냄새가 배는 걸 막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음료기업들은 종이 팩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눈이 높아지면서 종이 팩이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라벨 없는 음료도 각광
아사히음료의 라벨 없는 생수. 아사히음료 누리집
페트병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재활용이 쉽도록 라벨을 없애는 곳들도 있다. 플라스틱 페트병과 라벨(폴리프로필렌)은 재활용 시 따로 떼어서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버려지곤 했다. 2년 전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차 음료와 생수 등을 선보였던 일본 아사히음료는 지난 2월 라벨 없는 탄산수 ‘윌킨슨 탄산’을 출시했다. 지난달 일본 일간지 <아사히> 보도를 보면, 환경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이 회사의 라벨 없는 음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 늘었다고 한다.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왼쪽)와 서울시 무라벨 아리수. 롯데칠성 제공, 서울시 누리집
국내에서도 라벨 없는 페트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벨 없는 페트병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1.5ℓ)를 올해 초 선보였다. 제품명은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기고, 상징색인 분홍색은 병뚜껑에만 적용했다. 롯데칠성은 무라벨 생수로 올해 4.3톤의 포장재 발생량 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5월 단수 등 비상시에 공급하는 ‘병물 아리수’(350㎖)에 대해 라벨을 떼어낸다고 밝혔다. 올해 생산하는 50만병에 대해 40만병은 무라벨로, 10만병은 90%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한 병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국내에서 페트병에 친환경 생분해성 소재가 사용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분리 배출 필요 없이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되고, 땅에 묻으면 완전 퇴비화돼 일반 페트병보다 탄소 배출량을 78%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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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3, 2020 at 07:0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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