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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쓰레기공화국, 대한민국 / 이미나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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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미나 | &lt;식후감상문&gt; 작가</strong>
이미나 | <식후감상문> 작가
이미나 | <식후감상문> 작가 잘못됐다. 한참 잘못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달라고 하니 안 된단다.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 “코로나19로 인한 위생관리 차원에서 모든 음료를 일회용 컵에만 제공하고 있다”고. 안 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출처도 모른 채 먼지 더미에 쌓여 옮겨졌을 일회용 컵보다 직접 씻고 관리하는 개인 텀블러가 훨씬 위생적이고 안전한데, 안 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다른 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도 플라스틱컵 사용만 가능하며, 머그컵이나 유리컵은 한시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이쯤 되면 의심스럽다. 코로나19를 방패 삼아 편하다는 이유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서 환경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과연 일회용 컵 사용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예방책일까. 지난 6월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다회용 컵 대신 일회용 컵 사용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사용 후 바로 버려지는데, 버려진 컵에 환경미화원이나 다른 사람이 쉽게 접촉할 수 있으며, 접촉 시 감염이 추가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일회용품 사용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한다는 연구조사는 어디에도 없는데, 우리는 일회용품이 마치 백신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다. 잘못됐다. 한참 잘못됐다. 종이컵은 종이로 만든 컵이 아니다. 종이만 두른 플라스틱컵일 뿐이다. 종이컵은 안쪽이 플라스틱 재질로 코팅되어 있어 종이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나마 종이와 플라스틱 막을 분리해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분리 과정이 까다로워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쓰고 버리는 종이컵 99%가 소각행. 쓰레기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대부분 식당, 카페, 빵집에서 종이컵을 제공한다. 마음껏 쓰세요, 쌓아두는 곳도 많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종이컵을 물 쓰듯 쓰게 되었을까. 때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다. ‘종이컵은 종이로 만들었으니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당시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관리 대상에서 종이컵을 제외해버린다. 종이컵 남용을 정부가 권장한 셈. 이는 우리나라 역대 정권이 환경 보호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디자인과 콘셉트를 명목으로 종이컵을 두 개씩 겹쳐 음료를 내주는 카페가 늘고 있다.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자성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오늘, 국제 흐름을 거스르는 미개한 행위가 한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니 그 무책임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국민 1인당 132㎏으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50㎏)의 세 배에 가깝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1인당 420개로 세계 1위. 핀란드(4개)의 100배가 넘는다. 이조차 2015년 기준이니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금, 그 사용량은 한반도를 덮고도 남을 정도이리라. 일상이 되어버린 배달문화와 “나만 편하면 돼” 극한 이기주의가 대한민국을 악명 높은 쓰레기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묻고 싶다. 얼마나 많은 거북이가 코에 빨대가 꽂혀 피를 흘려야 우리는 바로 보게 될까. 얼마나 많은 돌고래가 비닐과 플라스틱을 먹고 쓰러져가야 우리는 마주하게 될까. 얼마나 많은 바다가 쓰레기섬으로 변질되어야 우리는 깨닫게 될까.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동식물을 죽이고 자연을 망가뜨려야 인간은 회개하게 될까. 하나님은 인간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셨지 죽이고 멸하라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이미 그 명령을 거슬렀다. 불순종에 대한 대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 나와 당신이 그 대가를 치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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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2: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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