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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라 왕족, 제사 음식으로 돌고래 고기 바쳤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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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고기, 성게, 복어, 남생이···. 6세기 신라 왕릉급 무덤인 경주 서봉총에서 호화로운 제사 음식들이 확인됐다. 문헌 기록에 없는 신라 무덤 제사의 일면을 밝힌 데다 당시 신라 왕족의 고급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라 주목된다.

경주 서봉총 남분 둘레돌의 큰항아리 안에서 동물 유체가 발견되는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1920년대 일제가 조사한 서봉총을 2016~2017년 재발굴한 결과, 서봉총 남분의 둘레돌[護石]에 있던 큰 항아리 안에서 물고기·조개류 등 동물 유체 총 7700점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어류는 5700점, 조개류 1883점. 바다 포유류인 돌고래와 파충류인 남생이가 확인됐으며, 신경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복어도 발견됐다. 특이하게도 확인된 동물 유체는 모두 물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소나 말, 돼지, 닭뼈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물관은 이 같은 성과를 담은 ‘경주 서봉총 재발굴 보고서’를 발간했다.

경주 서봉총은 두 봉분이 맞닿은 형태인 쌍분이다. 세 마리 봉황이 조각된 금관이 출토됐고, 당시 스웨덴의 황태자 구스타프 아돌프 6세가 신혼여행차 한국에 왔다가 발굴 현장을 방문했다 하여 일제가 이 무덤에 ‘서봉총’이란 이름을 붙였다. ‘스웨덴(서전·瑞典)’과 ‘봉황’에서 한 글자씩 따서 ‘서봉총(瑞鳳冢)’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경주 서봉총 남분 둘레돌의 큰 항아리 안에서 발견된 돌고래 뼈(위). 왼쪽 전지골(앞발·아래 그림)을 잘라 항아리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이번 재발굴을 통해 신라에는 귀한 음식을 큰항아리 여러 개에 담아 무덤 둘레돌 주변에 놓고 제사 지내는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같은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북분·남분 모두 둘레돌 외곽을 따라 2m 간격으로 큰항아리를 놓고 그 안에 제사 음식을 수북이 담았다. 특히 남분에서 출토된 큰항아리에서 패류 33종, 어류 14종, 갑각류 2종 등 총 52종이 확인됐다. 전복⋅가리비⋅굴⋅주름다슬기⋅청어⋅감성돔···.

그런데 왜 육지 동물 뼈는 나오지 않았을까. 김대환 연구사는 “국가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는 소나 말 같은 신성한 동물을 바치고, 개인의 무덤에는 수생(水生) 동물을 넣는 등 제사 의례의 규범 때문일 수도 있고, 당시 신라 왕족이 즐긴 식생활이나 망자의 음식 취향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물관은 이를 통해 무덤이 축조된 계절도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사는 “조개는 산란기에 독소가 있어 먹지 않는 점, 청어와 방어의 회유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 가을철에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덤 축조가 완료된 직후 제사 음식을 넣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봉총 남분은 6세기 전반 어느 가을에 완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무덤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한 것도 이번 재발굴의 성과다. 일제는 북분의 지름을 36.3m로 판단했으나 재발굴 결과 46.7m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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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8,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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