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무실점했다. LG는 9-1 승리를 거두고 4연패 뒤 2연승을 거뒀다. 윌슨은 시즌 9승(7패)과 함께 롯데전 무패(6승) 행진을 이어갔다.
사실 윌슨은 올시즌 LG 벤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첫해 9승, 지난해 14승을 올린 에이스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막 초반엔 미국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바람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컨디션 조절이 늦어졌다. 시즌 중반 좋아지는 듯했지만 최근 3경기 연속 대량실점했다. 특히 11일 잠실 키움전에선 6이닝 동안 무려 8점이나 줬다. 류중일 LG 감독은 "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4회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안타와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 내야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게 유일했다. 5회와 6회에는 주자를 내보냈지만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6회 무사 만루에선 투심패스트볼을 활용해 전준우, 이대호를 연속 3루수 땅볼처리했다.
윌슨은 경기 뒤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투구 패턴을 조정하려고 애썼다. 지난 경기에 한 이닝에 대량실점을 했는데, 상대 타선에 대해 잘못 접근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고민을 많이 하고, 공격적인 투구로 변화를 준 게 성공적"이라고 했다.
윌슨은 올시즌 잠실(8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5.36)에서 유독 고전하다 첫 승을 거뒀다. 윌슨은 "정말이냐? 그 부분은 몰랐다. 만약 팬들이 계셨다면 실망시켜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윌슨은 강력한 구위로 윽박지르기보다는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활용하는 데 장점이 있는 투수다. 이날 6회에서 바로 그 장점이 나왔다. 윌슨은 "최대한 내야 땅볼을 유도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팀이 5-0으로 리드를 하고 있었고, 야수들이 멋진 수비를 계속 보여줬다. 팀원들을 믿고 던졌다"고 했다.
LG 야수진의 힘도 돋보였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기습적인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주장 김현수는 두 번의 득점권 찬스에서 적시타와 만루포를 터트렸다. 윌슨은 "밥(라모스)이 빠르다, 그렇지 않느냐"고 웃으며 "그는 야구 선수다. 주자로서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루도 성공했다고 본다"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고, 리그 최고의 선수다. 매일 발전하면서 100%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늘 최선을 다하고, 환상적인 리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윌슨은 "우리 팀을 포함해 상위 6개팀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다른 팀의 결과나 성적보다 우리 팀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우리 팀에 몰두하고 열중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포스트시즌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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