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ies and gentlemen. 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가 급격한 가속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이다. 이러한 중력파의 존재는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졌지만 측정은 쉽지 않았다. 2016년 2월 11일, 그야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문학의 빅뉴스가 있었다. 바로 100여 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 관측을 인류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위 발표는 “Ladies and gentlemen. 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 (여러분 우리는 중력파를 발견했습니다!)”라는 다비드 라이체 (Prof. Dr. David Reitze) 교수의 메시지로 시작하는데, 감격에 찬 그의 표정에서 인류의 중력파 발견을 위한 오랜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 및 버고 (Virgo)팀의 합동팀에 참여하고 있던 독일의 하노버 막스 플랑크 중력파 연구소의 물리학자 마르코 드라고(Dr. Marco Drago)는 처음 검출기에서 측정된 파형이 사실이 아니리라 판단했다. 한 달 넘게 보다 상세한 통계 분석을 거친 결과 한 쌍의 블랙홀 병합과 그 결과로 형성된 단일 블랙홀이 발생시키는 중력파의 이론적 예측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강력한 검증임과 동시에 쌍성 블랙홀 병합에 관한 첫 관측인데, 항성 질량 블랙홀 쌍성계의 존재를 알려준 결과이기도 하다.
위 검출은 LIGO 검출기의 임무 시작 첫 해만에 이루어진 결과이기에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중력파 관측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2020년 10월 29일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중력파 관측 신호만 50개 이상이다.
현재의 중력파 발견 한계점
현재의 중력파 발견은 주로 레이저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 장비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마이컬슨 간섭계와 동일하다. 직각으로 놓인 대략 4㎞의 두 진공 파이프 속을 오가는 레이저의 위상 변화를 통해 중력파를 탐지하고 있다. 완전히 결맞음 상태의 레이저가 공간의 요동으로 인해 진행하는 거리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간섭무늬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통해서 원자핵의 지름 정도로 아주 작은 흔들림도 측정할 수 있다. 중력파의 도달 범위가 상당히 넓은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참고로 최초로 중력파를 발견한 블랙홀 쌍성은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져 있다.
한가지 LIGO의 한계점을 꼽자면 이는 질량이 태양 정도거나 약간 큰 블랙홀이 주된 관측 대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지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상 현상 (주로 지진, 파도, 바람 등)들의 영향은 저주파 대역으로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이 때문에 1Hz 정도 이하의 저주파수 대역은 지구에서 관측이 불가능하다. 지상에서 관측하기 힘든, 예를 들어서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는 어떻게 관측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럽 우주국의 LISA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미션
이를 위해 유럽 우주국이 나섰다.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거대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중력파 관측을 목표로 주로 은하 단위의 아주 거대한 천체들이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중력파를 측정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LIGO 검출기와 동일하다.
다만 우주 공간에 띄워질 유럽 우주국의 미션 LISA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는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가 탑재된 우주선 3개를 길이 2,500만 km의 삼각 편대로 운영하면서 레이저를 주고받게 된다. 이를 통해 중력파로 인해서 변하는 위상차를 기록하게 된다. 이미 진공상태임을 고려하면 파이프조차 필요 없게 되는 장점도 있다.
간섭계 기반의 중력파 검출기의 안정도는 주로 기기의 흔들림, 거울의 재질 등 표면 상태, 그리고 광원의 안정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중 여러 가지 기기의 흔들림으로 인한 지진 잡음(Seismic noise)은 중력파 발견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처럼 지구에서 나타나는 방해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LISA 미션은 결과적으로 0.001-0.1 Hz 대역에서의 중력파 검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ISA 패스파인더의 성공 그리고 본격적인 LISA 임무 준비
유럽 우주국의 위 미션에 강한 강력한 의지는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의 두 번째 미션이었던 LISA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 SMART-2)에서 엿볼 수 있다. LISA 프로젝트는 사실 빠르면 2018년 발사를 목표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미항공우주국 (NASA)가 자금 문제로 계획에서 빠지게 되었고 자금의 압박을 받은 유럽 우주국은 eLISA로 프로젝트 이름을 변경함과 동시에 프로젝트의 축소를 요구했다.
그러던 중, 2015 년 12월 LISA의 성공적인 관측에 필요한 기술을 입증할 목적으로 개발된 “나침반” LISA Pathfinder가 발사되고 전반적인 기술 검증을 하게 되었다. LISA Pathfinder 역시 길이 38cm의 작은 간섭계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짧은 경로기에 중력파의 검출은 힘들다. 하지만 LISA Pathfinder의 여러 가지 사전답사는 당초 목표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결과를 얻었기에 믿을 수 없이 성공적이었다. 이를 통해서 유럽 우주국은 LISA를 통한 우주 공간에서의 중력파 탐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결과는 eLISA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는 데에 큰 공헌을 했고 이름은 LISA로 변경한 우주 레이저 간섭계는 2034년 발사 예정으로 이후 우주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중력파를 감지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블랙홀들의 합병을 관측함은 우주의 역사에 한층 더 다가감을 의미한다. 또한, LISA는 발사 후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지상파 검출기들의 가이드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LISA 임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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