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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언니들의 '박현주 구하기'…트라우마 날려줬다 - 연합뉴스

PO 2차전 치명적 서브 범실…3차전 승리에 눈물 펑펑

기쁨의 눈물 흘리는 흥국생명 박현주
기쁨의 눈물 흘리는 흥국생명 박현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흥국생명이 2020-2021시즌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순간, 신예 레프트 박현주(20)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박현주는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2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차전으로 끌려가게 만든 치명적인 범실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박현주는 22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2로 추격하던 4세트 25-25 듀스 상황에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됐다가 서브 범실을 했다.

흥국생명은 결국 4세트 25-27로 패했고, 세트 스코어 1-3으로 IBK기업은행에 2차전을 내줬다.

박현주는 2차전 패배 후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눈물을 쏟았다.

박현주는 2019-2020시즌 데뷔와 함께 서브 실력과 당찬 공격력을 인정받아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박현주는 이제 프로 2년 차인 유망주다. 2차전 범실은 부담이 큰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을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24일 3차전에서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2차전의 악몽을 씻어내고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현주는 3차전을 웜업존에서만 지켜보다가 승리가 확정되자 코트로 달려 나가 선수들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안도의 눈물을 쏟았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박현주를 안아줬다.

박 감독은 "박현주는 아무래도 본인이 잘했어야 했다는 마음이 있었을 텐데, 오늘 이기니까 언니들에게 감사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과 기쁨 나누는 김연경
동료들과 기쁨 나누는 김연경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 짓자 김연경(왼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3.24 tomatoyoon@yna.co.kr

3차전 승리의 주역 김연경도 박현주의 마음고생을 잘 헤아려줬다.

김연경은 "현주가 2차전 끝나고 많이 괴로워했다"며 "개인적으로 저에게 연락해서 자기 때문에 진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경기여서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주가 지금은 잘 이겨낸 것 같다"고 기뻐했다.

흥국생명 선수단은 '박현주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연경은 "(박현주가 서버로 나선) 그 상황은 누가 들어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한 선수를 탓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박현주를 감쌌다.

박 감독은 나아가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박현주를 내보낼 것이라고 전폭적인 믿음을 보냈다.

박 감독은 "상황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큰 경기여서 아쉽고, 어린 선수에게 너무 큰 짐을 줘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후회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현주 선수의 잘못은 아니다. 워낙 심장이 강한 아이여서 어리다는 생각을 제가 잠깐 잊었다"며 "현주에게 그보다 더 압박감 있는 경기는 없을 것이다. 좋게 작용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현주에게 또 들어가서 치라고 했다"고 격려했다.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내는 동료들의 모습에 김연경은 감동을 한다고 했다.

김연경은 "같이 경기를 뛰는 선수지만 너무 감동적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준 거에 대해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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