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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터뷰: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나비목 애벌레 전문 도감 ‘캐터필러’ 1∼4권 출간
24년간 애벌레 608종 기록, “생물 소재 가치 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애벌레 연구가 생물산업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
“크릴이 남극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먹이인 것처럼 나비·나방의 애벌레는 육상생태계의 ‘밥’ 구실을 합니다. 해충이나 징그러운 벌레로만 보는 건 오해이자 편견입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사진)은 지난 24년 동안 말 그대로 ‘애벌레와 함께 살았다’. 그동안 연구소가 위치한 강원도 횡성은 물론 전국을 다니며 채집한 나비목(나비와 나방)의 알과 애벌레를 사육시설에서 애지중지 길러 그들이 무얼 먹는지, 언제 발생하고 어느 지역에 사는지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를 담은 나비·나방의 애벌레 전문 도감인 ‘캐터필러’(도서출판 홀로세)를 2016년 1권을 시작으로 지난달 4권까지 펴냈다. 캐터필러란 나비목의 애벌레를 가리키는 영어 명칭으로 어떤 장애물이든 타고넘는 애벌레의 독특한 배다리가 전차의 무한궤도를 닮았다는 데서 온 이름이다.
나비목 애벌레 전문 도감 ‘캐터필러’ 4권째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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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나방도 2종 발견 도감 4권에 수록한 애벌레는 모두 608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나비목 곤충 약 3800종에 견주면 일부이지만 성체인 나방과 나비가 아닌 애벌레에 관한 정보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알이나 애벌레를 채집해 사육실에서 기르는데 곰팡이, 천적, 기생벌이 노리고 먹이식물이 무언지 몰라 굶어 죽는 일이 잦아 해마다 1000종 가까운 애벌레를 기르지만 성체까지 자라는 것은 100종도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저명한 애벌레 도감에도 나비목 애벌레는 200∼300종을 수록하는 데 그친다”며 “1000종 수록을 목표로 후속 도감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애벌레를 기르다 보면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나방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소장은 지난 6월 게재가 확정된 국제 학술지 ‘산림연구저널’에 참나무굵은줄수염나방(가칭)을 신종으로 보고했다. 그가 이미 신종으로 발표한 홀로세큰날개뿔나방과 함께 연구소가 자리 잡은 강원도 횡성에서 채집한 나방이다. 또 과 차원에서 국내에 처음 보고되는 우묵날개뿔나방과 등 3개 미기록 과와 쑥둥근날개뿔나방 등 10종의 미기록종을 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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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은행’도 만들어
암청색줄무늬밤나방 애벌레. 천적이 오면 일제히 몸을 흔들어 소리를 내어 쫓아낸다.
애벌레를 기르며 연구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애벌레가 ‘생태계 수레바퀴를 돌리는 엔지니어’라고 말한다. “남극 바다에선 물고기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크릴을 먹고 삽니다. 크릴처럼 육상생태계에서 양이 많아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다른 곤충에 이르기까지 먹여 살리는 주인공이 바로 나비목 애벌레죠. 흔하고 영양가 높으며 먹기 편하니까요.” 그는 애벌레를 성체인 나비나 나방이 되기 전의 미숙한 단계로 보는 것은 흔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비나 나방의 일생에서 화려한 성체보다는 애벌레로 사는 기간이 훨씬 길다. 또 애벌레는 마치 별개의 곤충처럼 다양한 생존전략을 편다. “워낙 다양한 포식자가 노리니까 애벌레도 숨고, 속이고, 겁주는 다양한 행동을 개발했어요. 가시가지나방은 몸을 구부리면 새똥 모양이다가 펴면 나뭇가지로 바뀝니다. 멧누에나방의 눈 무늬는 독사 머리 같고 암청색줄무늬밤나방은 몸을 흔들어 천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를 냅니다. 대왕박각시나방의 바람 빼는 소리나 산왕물결나방의 찌직 하는 전자음도 놀랍습니다.”
물론 식물에 애벌레는 어린잎을 마구 뜯어먹는 공포의 천적이다. 그래서 식물도 애벌레를 막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나 빽빽한 털, 두꺼운 잎 등의 물리적 방어 수단을 동원하고 나아가 화학적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식물은 알칼로이드나 페놀 화합물을 분비해 애벌레의 신경에 독성을 끼치거나 대사 활동을 억제해 먹지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애벌레는 여기 대응해 화학물질을 해독하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켰어요.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효소와 장내 미생물은 사람에게 의료와 산업에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사육하는 모든 애벌레를 알코올 액침 표본으로 만들어 수장하고 있다. 이른바 ‘애벌레 소재 은행’이다.
장차 생물 자원화에 대비해 액침 표본을 보관한 애벌레 소재 은행 내부 모습.
그가 내 온 애벌레 도감은 상업적으론 실패다. 제작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가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보면 볼수록 애벌레가 예쁘고, 무한한 생물자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벌레를 기르고 연구하는 일은 노동 강도가 세고 반복적이며 재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이 분야에는 세계적으로도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할 데까지 하는 수밖에요.”
글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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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3, 2020 at 01:0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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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런 해충이라뇨? 애벌레는 크릴처럼 생태계의 밥”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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